역사의 기록이 될 명작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쟁쟁한 배우들이 선보이는 공연이라 캐스팅 공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입니다. 저도 엄청나게 기대가 컸던 작품인데요. 공연 정보와 후기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본정보
기간 2023.12.19 ~ 2024.12.18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관람연령 중학생 이상 관람가
소요시간 150분 (인터미션 20분)
연출 오경택
작가 사무엘 베케트
시놉시스
앙상한 나무 아래. 두 사람은 '고도'를 기다린다.
그들은 고도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기다리는지도 알지 못한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한편으로는 슬픈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고도'는 무엇이냐고.
1막
나무 한그루가 서있는 시골길. 저녁.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없는 황량한 곳에서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고도'를 기다린다.
자신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와 시간이 맞는지. 고도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 채. 에스트라공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며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블라디미르에게 떠나자고 한다. 블라디미르는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일깨워준다.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포조와 러키를 만나고 그들의 모습을 구경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는 '고도'는 결국 해가 저물 때까지 나타나지 않고, 소년이 나타나 고도가 다음 날에야 올 것이라고 알려준다. 그렇게 그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낸다.
2막
다음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고도'를 기다린다.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전날 만났던 포조와 럭키를 다시 만나는데 포조는 장님이 되고, 러키는 벙어리가 되어있다. 이상하게도 그 사람들은 그들을 만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 질 무렵, 전날 등장했던 소년이 다시 등장해서 고도가 오늘은 못 오고 내일은 꼭 온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절망에 빠진 그들은 나무에 목을 매달자고 하는데......
캐스팅
에스트라공 (고고) | 신구 |
블라디미르 (디디) | 박근형 |
럭키 | 박정자 |
포조 | 김학철 |
소년 | 김리안 |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가 쓴 2막의 부조리극으로, '2막의 비희극'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이 작품은 1940년대 후기에 작성되어 1952년에 처음 발간되었으며 1953년 1월 3일 파리시의 바빌론 극장에서 프랑스어로 처음 공연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비평가들로부터 각기각색의 다양한 반응을 얻었고, 베케트가 "이 작품은 그것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뜻한다" 라며 해석을 돕는 것을 거부하면서, 고의적으로 불분명하게 비치게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희곡 자체는 "무엇이 희곡이 연극적 중요성을 가지게 하는지"에 대한 개념을 정제시키며 많은 유명한 극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1969년에 임영웅 연출로 처음 공연되었으며, 이후 산울림 극장에서만 50년 동안 약 1,500회가량 무대에 올랐다고 합니다.
관람후기
고도를 기다리며는 거의 매년 공연이 올라왔으나 이번 공연은 캐스팅부터 이미 엄청나게 관심을 끌었던 작품입니다. 정말 다양하게 오랫동안 무대에 오른 고전에 러닝타임이 길다는 생각 때문에 관람 전엔 걱정이 많았지만, 관람 후에는 왜 이 좋은 작품을 이제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대는 나무 한그루와 앉을 수 있는 돌 하나뿐이지만 무대자체에서부터 이미 주는 힘이 있었습니다. 신구 선생님과 박근형 선생님의 첫 등장에 첫 대사를 듣는 순간부터 미소가 나왔고, 인생에 대한 씁쓸한 대화 같다가도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흐름에 굉장히 잘 보았습니다. 인터미션 타이밍조차도 완벽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두드려 맞고 온 고고를 안아주려는 디디에게 고고는 “건들지 마! 묻지도마! 아무 말도 말고 그냥 옆에만 있어줘!”라고 한다거나, 둘이 화해한다고 껴안고 난 후에 "재미있을 땐 시간이 빨리 가는데 말이야!"라고 하는 대사, 쓰러진 고고와 디디가 일어날 때 고고가 “별거 아닌데?”라고 하자 디디가 “한다면 하는 거지 뭐 ”라는 대사도.... 뭔가 가슴에 닿은 대사들이 많았습니다.
두 사람이 기다리는 '고도'라는 존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봤지만, 인생에서의 '행복'을 찾는다 느껴지는 때도 있었고, '편안함과 배부름을 줄 수 있는 어떠한 존재'로 느껴지기도 했고, 심지어 '죽음'으로 느껴지는 것도 있었습니다. 젊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봤다면 '죽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나이가 있으신 두 선생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하루하루 지나며 시간이 흘러가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죽음도 그냥 '죽음'이 아닌 '평안한 죽음'을 기다리는 느낌..
박정자 선생님의 길고 긴 독백도 첫 순간에만 '뭐라고 하시는 거지~?' 하고 이내 바로 집중해서 듣고 있게 되었었습니다. 정말 그 장면도 너무 존경스럽고 대단하다 생각 들었고 소름이 돋는 장면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한마디를 나눈 후 손을 잡은 채로 움직이지 않는 두 배우와 그 상태에서 서서히 암전 되는 장면은 정말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가만히 멈춰있는 순간은 한 폭의 그림 같아 보였고 굉장한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서울 공연이 끝나고 지방 공연들이 많이 잡혀있다고 하니 보실 수 있는 분들은 꼭 관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갈까?"
"그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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